<감사원 ‘감사’ 후폭풍>“전문성도 없이 칼 휘둘러 정권따라 잣대 오락가락”

전문가들은 11일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 발표에 대해 “감사의 포인트가 정권에 따라 원칙 없이 왔다갔다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감사원 개혁 필요성을 강하게 제시했다. 특히 ‘무소불위’에 가까운 감사원의 권력행사를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감사원의 독립성·객관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 직원들의 소양, 특히 전문성을 담보하지 않는 감사가 초래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이날 “감사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행정부에 대한 정책이나 예산과 관련해 아주 과학적·객관적 입장에서 평가해야 국민의 편에 서는 것인데, 정권 입맛에 맞춰서 조사가 바뀐다거나 하면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헌법기관인 이유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정부를 견제하라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감사원 권한·지위 등을 규정한 헌법 제97∼100조가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현행 감사원법도 감사직무의 독립성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이 감사원 소속 공무원 임명권 및 직원 정원 승인 권한, 5급 이상 직원에 대한 파면·해임권 등을 가지면서 사실상 대통령 직속 성격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감사원법 제2장 8절에 규정된 감사원장의 대통령에 대한 수시보고는 감사원이 마치 대통령 ‘지침’을 하달받는 모양새로 비치게 하는 대표적 사례다. 송기춘(법학) 전북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감사원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면서 “감사원 내부에서도 독립성과 함께 철저한 직무윤리를 확보하는 노력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감사원의 이 같은 독립성·객관성 확보를 위해서는 인사·조직·예산상 독립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감사원장 임기를 10년 이상 장기 단임제 ▲전문성 확보 노력 ▲감사원에 대한 견제·감시활동 강화 ▲예산안 편성 자율성 보장 ▲국회 자료 제출 및 회의록 공개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감사원이 직무·회계감사에만 집중하고 ‘정책감사’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감사원의 상당 부분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거나,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감사원과 같은 회계검사기구가 행정부에 소속된 경우는 2개국에 불과하다. 독립기관형이 17개국, 입법부형이 9개국이다.

이창원(행정학) 한성대 교수는 “사실 원칙적으로는 미국처럼 감사 기능이 국회로 가는 게 맞다”면서 “국회 입법조사처와 감사기능을 통합해 사실상 ‘제4부’ 정도의 지위를 갖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미국 같은 경우는 회계감사원(GAO)이 의회에 배정돼 있다”면서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확실하고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하지 않으면 감사원이 중립성을 잃게 되면서 존재 가치가 상실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영·민병기 기자 boyoung22@munhwa.com